문유석의 《판사의 후회》는 모든 일에 원칙만 따르며, 겉으로는 무감각해 보이는 판사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솔직한 고백이다.
어떤 외적인 ‘거창한 이유’ 없이 단지 재미있어서 쓴 ‘심사위원들의 대화’입니다.
글 김건형 사진출판사 심사위원에게도 마음이 있나요? 어렸을 때 부모님의 기대로 인해 뜻도 모르고 써야 했던 미래희망 칼럼의 ‘판사와 검사’. 그 이후로는 사실 판사라는 직무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들 막연히 판사란 어딘가에 있지만 내 주변에는 없는 유망 직업의 대명사로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므로 우리가 ‘판사’의 기능을 두렵고 냉정하게 법을 집행하면서도 판사의 마음을 좀처럼 들여다보지 않는 사회적 권위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 판사의 감정은 비밀스러운 소수 직업의 세계나 법조계의 숨은 인간성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한 번 맺은 계약은 지켜야 한다”, “범죄는 그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정의감이 무너지는 순간 법이 나타난다.
사회적 규칙과 규범이 약속하는 평화에 균열이 나타날 때도 마찬가지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단순한 원칙을 넘어 인간의 구체적이고 복잡한 상황을 항상 인식하게 됩니다.
그 틈에 판사가 서 있다.
《판사의 후회》는 바로 그런 입장을 말하고 있다.
추상적인 법의 원리에 의존하면서도 동시에 그 원리에 균열을 안고 살아가는 구체적인 사람들 사이를 중재하는 판사의 입장에서 법이 하는 일을 살펴보고, 법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관찰과 우려는 주로 법의 역설에 관한 것입니다.
법률감정의 역설 판사로서 문유석이 만나는 사람들은 주로 불가피하게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거나, 필연적으로 법을 위반한 사람들이다.
법정에 제시된 증거를 보면 그 사람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임이 분명하지만, 직접 만나서 왜 법을 어겼는지 물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언론에서 보이는 ‘도덕적 해이’는 명백히 사회악이다.
소득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소비를 유지하려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빚을 갚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서사는 일반 시민과 범죄자의 악을 분리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판사의 유감》은 이를 구별하려는 대중적 법적 감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살펴본다.
부모가 빚을 갚지 못해 자립공동체에 사는 아이가 “빚은 누가 갚아주느냐”고 묻는 역설적인 장면도 마찬가지다.
파산면제제도가 있는 경우. 문유석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소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어리석은’ 탐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는 그 욕구의 대부분이 유치원비, 병원비 등 가족 돌봄과 생존에 대한 욕구를 포함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이는 단순히 가족의 경제적 위기를 불쌍히 여기는 한국형 가부장주의가 아니다.
문유석은 언론의 법적 언어와 대중의 법적 감정이 무엇으로 빠져 있는지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돌봄의 욕구를 대가로 살아남기 위해 빚을 지면서도 경쟁하라고 권유하는 신용카드사나 금융당국 등의 사회제도 자체가 도덕적 해이가 아닌지 묻고 싶다.
사회 전체로 보면, 파산제도를 악용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걱정은 사회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감정이라는 역설이 아닐까? 제도의 민주주의를 향하여 이 책이 빛을 발하는 점은 만난 피고인이 “너무 답답해서 법원 조사관에게 어려운 통계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대답이 나온 대목이다.
판사 자신의 신중하고 자비로운 판단에 대한 자기만족보다는 피고인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범죄형태를 파악하고 현행법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재검토하는 추세다.
이로써 법이 얼마나, 어떻게 개정되어야 국민의 이익을 위해 바뀌어야 하는지까지 제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개별 사례에서는 엄벌, 의무처벌 등 법 집행을 둘러싼 대중의 법적 정서가 자연스럽게 법철학적 논쟁으로 이어진다.
이 책의 구조는 개별 사건에 대한 단순한 복수가 제공하는 쾌락에 그치지 않고, 법이 사회와 인간을 형성하고, 반대로 법이 사회와 인간을 통해서도 형성되는 상호 운동을 강조한다.
이는 또한 법이 시민을 통치하고 규율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시민 스스로가 사회를 통치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임을 주장한다.
법의 역할은 정치를 특정 공무원에게 맡기는 대의제에 의해 생성된 수동적 관조에서 시스템 자체에 대해 생각하고 참여하는 보다 직접적인 민주주의로의 이동을 예시합니다.
이 책이 법에 대한 대중과의 대화, 법학교육의 경험, 사법행정제도에 대한 의견을 다루고 있다는 점 역시 그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문유식 변호사가 본격적으로 법률 정책 제안을 해준다.
그것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법과 제도를 책임지고 이를 다른 인간과 중재하는 직업은 단순히 법을 적용하는 것보다 법 자체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는 판사의 직업윤리이자 제도정치 그 자체이다.
인간의 감정이 법이라는 비인격적인 집단체계의 작동과 운동의 원동력임을 밝히고, 그 체계의 ‘감정정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체제의 정서’는 사법부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물론 모든 종류의 규범제도가 작동하는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대담한 낙천주의자의 유머 그러나 이 책은 결정적인 주장이나 통계적 조사로 가득 차 있지 않습니다.
겸손하고 자기비하적이지만 냉소적이지 않은 유머를 통해 지루한 말법칙을 생생하게 구현한다.
이것이 서문에서 드러난 문유식 특유의 문체와 인간관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냉소적일 수 있습니다.
“대담하고 낙천적인 사람이 되세요.”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냉소와 사람에 대한 막연한 낙관을 넘어, 자신이 직면한 체제를 더 크게 보고 과감한 낙관으로 개입하는 개인에게서 더 큰 민주주의가 나온다.
* 김건형 1988년 부산 출생. 서울대학교 졸업 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8년 문학동동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평론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현재 계간 《문학마을》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